Tuesday, May 16, 2006

풍력발전도 공해시설이다

기고

과거엔 울산이나 포항의 공장 견학이 꽤 인기있는 관광상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볼일이 있어서라면 몰라도 구경삼아 대규모 공장을 보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다 못해 도시 안의 공원에라도 가면 그나마 자연과 생명의 맛을 볼 수 있지만 공장은 그저 하나의 인공적인 시설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청정 에너지원으로 선전되는 풍력발전소를 1960~70년대의 공장을 대하듯, 또는 네덜란드의 한가한 풍차를 보듯 진기한 마음으로 바라보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이 대규모 단지화하면서 주변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개발에 따른 환경 파괴를 일으키는 상업적 발전시설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요즘에 건설되고 있는 대규모 풍력발전기는 탑의 높이가 80미터를 넘고 회전날개 반지름까지 포함하면 무려 120미터에 이른다. 멀리서 보면 언뜻 낭만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가까이 직접 보면 몹시 위압적이어서 공포감을 자아낸다. 날개가 바람에 부딪혀 돌아가며 내는 굉음은 영락없는 소음공해다. 그리고 그것이 풍치 좋은 곳에 서게 되면 자연경관을 형편없이 망치고 만다. 풍력발전이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대체 에너지원으로 대두되고는 있지만 그것이 대규모 단지로 들어서면 그것은 분명 주변을 황폐하게 하는 공해 시설이다. 그러므로 풍력발전은 그 계획단계에서 입지 선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입지 선정이 잘못되면 그것은 동네 한복판에 들어선 고압 송전 철탑과 마찬가지의 흉물이 된다.

이미 풍력발전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독일의 경우, 베를린 인근 우커마르크 마을 주민들은 경관 훼손과 소음공해, 점멸등 불빛 공해 등을 이유로 풍력발전기 추가 건립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에서는 회전날개에 부딪혀 희귀종 앵무새가 한 해에 한 마리씩 숨질 수 있다는 이유로 1500억원 정도의 공사비가 투입되는 공사를 중단시켰다.

우리나라에서도 입지 선정이 잘못되어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 주민들은 풍력발전기가 내는 엄청난 소음은 물론이고 대형 회전날개에서 반사되는 빛 공해, 그리고 날개가 돌지 않고 있을 때 붙은 얼음이 날개가 돌아갈 때 깨지면서 일으킬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며 강릉시의 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요즈음 문제가 되고 있는 제주 난산 풍력발전단지 건설 예정 지역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이곳은 평야 지대이며 제주 한라산과 성산 일출봉을 양쪽으로 훤히 볼 수 있는 경관 만점의 지역이다. 더욱이 코앞 토지에서는 경주마를 치고 있고, 대규모 유기농 축산을 하는 영농조합단지가 바로 옆에 있다. 유기농을 유지하려면 새들이 많이 깃들어 해충을 잡아먹는 생태균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회전날개의 굉음이 새들을 쫓아낼 것이 뻔하고, 또 발전단지 가까운 곳에서는 소음이나 빛 공해로 말미암아 축산이 위협받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사업주는 인근 토지 소유자들이나 주민들에게 사업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제주도로부터 사업승인까지 받아냈다. 고압전류를 송전할 전신주가 들어서고 기초공사가 시작돼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인근 토지 소유주들과 주민들이 결사 저지를 외치며 궐기하고 있는 딱한 실정이다.

친환경 시설이라고 해서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들어서도 된다는 법은 없다. 친환경 시설일수록 환경을 생각하고 인근 주민들의 삶을 고려하는 계획이 함께 하면 좋겠다. 입지 선정을 제대로 하지 않은 풍력발전단지 건설 계획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

이승기 (사)한국녹색회 정책실장

기사등록 : 2006-05-16 오후 06:59:57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1239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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